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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6 [스크랩] 우리들의 비극을 위한 게임
"우리는 버지니아 공대 사건 같은 비극을 사려깊게 다룬 게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

퍼쉐이시브 게임즈(Persuasive Games, 설득하는 게임)의 공동 설립자인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는 가마수트라에 기고한 컬럼을 통해 게임 업계가 좀 더 당당하게 비극적인 사건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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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스트는 먼저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을 다뤄서 논란이 되었던 'V-Tech 램페이지'(Rampage, 이하 '램페이지')를 언급하며, 그 비극에 대한 표현과 뒤이은 제작자(라이언 램본, Ryan Lambourn)의 행동이 너무 어리석었음을 지적했다.

'램페이지'는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의 범인 조승희를 직접 조작하여 학살을 실행하는 게임으로, 전방위에서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 추진되는 게임 규제의 법제화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그 이후에 제작자가 게임을 웹사이트에서 내리는 대가로 자신에게 기부금을 모아줄 것을 요구해 더 큰 논란이 되었다. 제작자는 얼마 되지 않아 농담이었다며 그 요구를 철회했다.

보고스트는 '램페이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며, 이 게임은 이전에 비슷한 논란을 불러왔던 대니 레돈(Danny LeDonne)이 제작한 '슈퍼 콜럼바인 대학살 RPG'(Super Columbine Massacar RPG, 이하 '콜럼바인 RPG')와는 차이가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콜럼바인 RPG'가 (사건의 범인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의 삶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사건을 남에게 인정받지 못 한 복잡한 두 영혼에 의한 비극으로 묘사한 반면, 램페이지는 학살 행위와 그 동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콜럼바인이 살인을 RPG 형식으로 묘사를 한 것에 반해, 램페이지는 빠른 손놀림으로 트리거를 당길 것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레돈('콜럼바인 RPG'의 제작자)이 사려깊고 설득력있게 그의 게임에 콜럼바인이 그의 인생에 미친 개인적 영향을 접목한 반면에, 램본의 게임은 그를 무책임하고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본문 중에서)

그러나 그는 게임 업계가 이 게임('램페이지')을 무시하거나 모른 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데니스 맥컬리(Dennis McCauley)가 '콜럼바인 RPG'에 대해 쓴 글의 일부를 소개했다.


"…레돈이 '콜럼바인 RPG'를 만든 목적이 뭐든 간에...그것이 업계에 좋은 일은 아니다. 게임 퍼블리셔는 '콜럼바인 RPG'를 만든 사람이 자기들과 같은 족속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왜? 왜냐하면 업계가 콜럼바인 사건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한다는 인상은 업계에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레돈이 직접 만든 예술 프로젝트와 수백만 달러가 든 상업용 게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 한다."
(저자가 인용한 데니스 맥컬리의 컬럼 일부)


보고스트는 ERSB(미국 게임계의 자율 심의 기구)의 정체를 잘못 알고 있는 유타 주 의원을 증거로 맥컬리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골치아픈 문제를 다룬 게임을 피하고자 하는 업계의 일반적인 사고가 더 비겁하며, '램페이지'가 비극을 단순하고 부주의하게 다룬 사례라면, 스스로 사려깊고 세심하게 다루는 예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게임 업계가 버지니아 공대의 비극을 다룬 게임을 만드는 일에 도전할 것을 제안한다. 성찰의 가치가 있는 게임, 사건의 잔인함 만큼의 절망감을 포착한 게임, 심지어는 대중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그들이 존경을 표할 수 있는 게임 말이다. (본문에서)

그러면서 그는 어떻게 해야 문제를 정중하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무수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조승희를 만나고도 살아남은 교수들과 그에게 권장되었던 정신 치료,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만들었거나 저지했던 학교의 정책들, 조승희의 문제를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해결하려 했던 그의 가족, 언론에 조승희가 자꾸 '한국의 살인마(South Korean Shooter)'로 등장하는 이유와 콜럼바인 사건의 두 사람은 '백인 살인마(Causcasian Shooter)'라고 불리지 않는 이유. 그리고 캠퍼스의 보안 문제. 대학 같은 열린 환경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보호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 비극 속에서 누구의 목숨이 더 중요한가? 학생 아니면 교수? 직원 아니면 일꾼? (본문 일부 요약)

한국의 입장에서 게임을 만든다고 한다면, 사건 초기의 한국 언론과 대중의 반응에 대한 게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보고스트는 이러한 게임이 메이저 게임 회사를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주장한다. 그는 콘 에어, 나쁜 녀석들, 코요테 어글리와 같은 영화들이 비극을 다룬 플라이트 93, 엘리펀트, 뮌헨 같은 영화와 같은 선반에 놓여있는 것의 예를 든다.

사실 우리는 게임이란 매체에 무수한 편견과 의혹과 두려움을 달고 있는 의견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매체라 해도 민감한 일을 가볍게 표현할 경우 큰 비난을 받게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문제이다.

콜럼바인 RPG의 제작자 대니 레돈은 한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이 '콜럼바인 RPG'를 보고 홀로코스트나 9/11 사태에 대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완전히 잘못 짚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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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콜럼바인 대학살 RPG

말하자면, 그가 게임에서 의도한 것은 '콜럼바인 고교 사건'이라는 소재가 아니라 그 사건을 다룸으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안 보고스트의 컬럼에서 그가 말하는 비극을 다룬 게임 역시 소재에서 충격을 주는 게임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진정성이 담긴 게임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안 보고스트가 컬럼을 끝맺는 말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고급 렌더링 기술이나 대단한 입력 장치, 혹은 업그레이드된 물리 미들웨어가 필요하지는 않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비극적인 사건을 이치에 맞도록 최선을 다하여 우리의 미디어에 담을 결심을 하는 것이다. (본문에서)

우리는 매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재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에 진정성을 담아 표현할 필요가 있다.

출처 : 경험주의자의 유전자 :: 우리들의 비극을 위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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