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무슨 짓을 해서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세상에서, 죽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각자가 자기 몫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며, 자기 삶에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다. (p.27:19~28:2)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마음먹은 마법사가 있었어.
그는 그 왕국의 백성 모두가 물을 길어 먹는 우물에 묘약을 풀었어.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미쳐버리는 묘약을 말이야.
이튿날 아침, 물을 마신 백성들이 모두 미쳐버렸어. 왕만 빼놓고 말이지.
왕과 그 가족을 위한 우물은 따로 있어서, 마법사도 접근할 수가 없었거든.
불안해진 왕은 백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안전과 공중 위생에 관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렸어.
그런데 관리들과 경찰들도 이미 독이 든 물을 마신 상태였어.
왕의 조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그들은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지.
왕의 칙력을 접한 백성들은 왕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확신했어.
그래서 모두들 궁궐로 몰려가 함성을 지르며 왕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
절망에 빠진 왕은 왕위를 떠날 준비를 했어. 그런데 왕비가 말렸지.
'우리도 우물로 가서 그 물을 마셔요. 그러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아질 거에요.' 왕비가 이렇게 제안했어.
그래서 왕과 왕비는 독이 든 물을 마셨고, 이내 정신나간 말들을 하기 시작했지. 그러자 백성들은 마음을 돌렸어.
그처럼 크나큰 지혜를 보여준 왕을 무엇 때문에 쫓아내곘어?
그 왕국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 백성들이 이웃나라 백성들과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왕은 죽는 날까지 왕좌를 지킬 수 있었지."
베로니카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미친것 같지 않아요."
"아냐, 난 미쳤어. 이제 낫기는 했지만, 내 경우는 아주 간단하거든. 내 몸에 어떤 화학물질을 주사하기만 하면 돼.
하지만 난 미친 여자로 남고 싶거든.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대로 내 삶을 살고 싶거든.
바깥에, 빌레트의 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아?"
"같은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이요."
"그래 바로 그거야.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짓거리를 하는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지. 나도 이제 그 우물물을 마신 척할 거야." (p.54:8~56:1)

그녀가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그녀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무엇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거지? (p.67:13~67:18)

베로니카는 노인의 뺨을 때린 걸 후회했다. 그가 무슨 해코지를 할까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 사건을 겪고나서, 삶이란 것이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살아볼만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p.70:11~70:14)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하루하루가 지겹도록 똑같았던 건 바로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걸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아마도..." 하지만 결론은 매번 똑같았다. "아마도는 없어.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는걸" 모든게 결정되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p.71:14~71:19)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수도 도움을 구할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p.92:14~92:18)

우린 모두 미친사람들이야, 이런식으로든, 저런식으로든. (p.92:20)

"나한테도 네 또래의 딸이 하나 있어.
네가 그 많은 주사와 튜브들을 온몸에 꽂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난 앞날이 창창한 젊고 예쁜 아가씨가 자살을 결심한 이유가 뭐였을까 생각해봤지. 곧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어.
네가 편지를 남겼고- 난 그게 자살의 진짜 이유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어 - 심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며칠 살지 못한다고들 했지. 딸아이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 만약 우리 아이가 그런 짓을 저지르겠다고 결심한다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 자연의 질서에 역행하려는 걸까?"
"내가 운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난 내가 혐오하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면제를 먹었죠. 하지만 내 안에 내가 사랑할 수도 있는 다른 베로니카가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p.96:13~97:5)

타인들, 그들을 이해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지!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 자신이 만든 방어막 속에 갇혀 그녀처럼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좀 더 삶에 개방적인 누군가를 만나면, 그들은 그 사람을 즉각 거부하거나, 열등하고 '순진한' 사람을 매도하여 상처를 입혔다. (p.99:4~99:8)

인간 존재들이 자기 자신에게 감추는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은 우리에게 오로지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갈등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베로니카는 모든 것을, 특히 자기 속의 수없이 많은 베로니카들, 매력적이고, 끼로 넘치고, 호기심 많고, 용기 있고, 언제든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는 그 베로니카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온 삶의 방식을 증오했다. (p.100:14~100:20)

인간들은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불행해지는 구먼. (p.112:6~112:7)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에게도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p.136:17~136:18)

현재는 언제나 아주 짧지. 무언가를 잔뜩 쌓아놓은 과거와 앞으로도 계속 쌓아갈 미래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p.144:9~144:11)

"진정한 자아라는게 도대체 뭐죠?"
베로니카가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모두가 그 말을 알고 있었곗지만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제 던져버려야 했다.
남자는 느닷없는 질문에 놀란 것 같았지만 곧 대답했다.
"사람들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죠." (p.146:13~146:19)

젊음이란 그런거야. 젊음은 몸이 얼마나 버텨낼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하지만 몸은 언제나 버텨내. (p.149:6~149:8)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무슨 실수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단 한가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실수만 빼고. (p.183:10~183:11)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지만 정작 그걸 실현하는 사람은 단지 몇 사람에 불과해. 문제는 그럴 때, 꿈을 실현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느끼는데 있어."
"그 몇사람이 옳더라도요?"
"옳은 자, 그건 가장 강한 자야. 이 경우엔 역설적이게도 비겁한 자들이 더 용감하지.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기들 생각이 옳다고 주입하니까." (p.203:3~203:10)

"사실, 일생을 사는 동안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은 오로지 우리 잘못에서 비롯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것에 대응했어. 우리는 격리된 현실이라는 쉬운 길을 택했던 거야." (p.216:16~216:19)

난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에뒤아르. 항상 저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 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 (p.217:1~217:5)

세상에는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항상 똑같고 누구에게나 가치가 있는 절대적인 것들이 존재해. 사랑이 그 중 하나야.(p.230:14~230:16)

네가 지난 밤에 경험한 그런 순간을 찾아 일생을 헤매지만 결국은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니 네가 지금 당장 죽어야 한다면,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죽어. 넌 잃을게 아무것도 없어. 미래와 과거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걸려 있어서 감히 사랑에 빠져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네 경우엔, 존재하는 건 오직 현재뿐이야.(p.232:11~232:16)

달리 말하자면,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올바르게 되는 거죠.(p.237:16~237:18)

"부인은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다른' 사람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닮기를 원하죠. 그건 내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게 심각한 병인가요?"
"모든 사람과 닮기를 자신에게 강요하는 게 심각한 거죠. 그건 신경증, 정신장애, 편집증을 유발시켜요. 자연을 왜곡하고 하느님의 법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숲에 똑같은 잎은 단 하나도 창조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부인은 부인이 다르다는 걸 미친 걸로 생각하죠. 그래서 빌레트에서 지내기로 작정하신 겁니다. 여기서는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부인은 모두와 닮아 있는 겁니다. 이해하시겠어요?"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합니다."
(p.241:3~241:16)

아무대학에나 들어가서 아무런 흥미도 없지만 돈은 많이 벌게 해줄 그런 공부를 하게 되겠죠. 그럼 그림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될테고, 저는 결국 제 소명을 잊어버리고 말 거 예요. 저는 그림을 그려 생활을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만 해요.(p.267:16~267:19)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미친 짓은 바로 사랑이야.(p.275:7~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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