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온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굳이 복습하지 않고 

다가올 빛나는 순간들을 애써 점치지 않으며 

그저 오늘을 삽니다.(p.3)"


"친밀감

좋아하는 것보단 

싫어하는 게 비슷할 때 

더욱 강하게 드는 것(p.32)"


"예쁜 말은 예쁜 마음에서 나오고

예쁜 마음은 유순한 생활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피차 평탄하고 순한 시간들을 

보내온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로 예의를 갖춘 말과 몸가짐으로

공감 어린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그래서 듣기 싫었던 말은

'여자라서 그래'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말과 생각과 행동이, 심지어 사랑까지도

그 사람 고유의 판단과 개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의 하나로 해석되거나

혹은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치부될 때


다시 말해

'그건 그 애라서 그래'가 아니라

어려서 그래.

여자라 그렇지 뭐.

와 같은 말들이 존재를 외롭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은 왜 그렇게 힘이 들까.(p.33)"


"인생은 단순해요. 우리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지.(p.39)"


"너무 아쉬워 마.

모든 것에 여전히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p.40)"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 짜증을 내며 헤매다

보석 같은 찻집을 알게 되었을 때,

파티 같은 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사양하다

억지로 끌려 나간 자리에서 새 친구를 사귀게 되었을 때,

생일마다 찾는 부산의 한 호텔에 방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묵게 된 다른 곳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해운대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별다른 이유 없이 꺼려하던 어떤 사람과 인터뷰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대면하고선 그 사람이 베풀어준 호의로

무려 석 달 치의 생활비를 벌게 되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일기를 쓴다.

어른이 되어서 일기를 쓴 지는 십오년쯤 되었다.

일기는 무수히 지워졌다 새로 쓰이기도 하는데,

가끔은 예전에 써둔 일기를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이제는 분량이 워낙 쌓여서 한꺼번에 다 읽지는 못한다.

어제는 심심해서 한 오륙년 전의 일기 이년 치를 읽었다.

읽다보니 그 이년 동안

내게 수많은 크고 작은 행운과 불행이 있었는데

불행이 단지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저렇게 뜻밖의 즐거움과 행운을 가져다 준 경우가

무려 열한 번이었다.

이년 동안, 언뜻 불행인 줄만 알았던 그 열하루는

실은 내게 행운의 날이었던 것이다.


7447. 당시 몰던 나의 차 번호다.

그 차를 처음 받았을 때

새로 부여받은 번호의 좋고 나쁨을 가늠해보던 나는

7과 4과 각각 두개다 보니

이것이 행운의 차인지 불행의 차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차를 모는 동안은 어쩐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나중엔 꼭 행운이 뒤따라 올 것만 같은 미신과도 같은 예감에

늘 사로잡혀 있었고, 그 덕인지 실제로 대부분 그리되었다.

그래서 그 차를 모는 동안엔 4가 찾아오더라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으며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곧 뒤따라올 7을 기다리면서.


게임은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님을...


이제는 남의 차가 되어버렸지만

닥쳐오는 불행을 불행이라 예단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녀석은 분명 내겐 행운의 차였다.( p.62-63)"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 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끔은 세계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 상대의 입장에서 내가 품은 세계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p.65)"


"안부

소리 내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p.68)"


"너는 너라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런 말을 하지.

나는 나라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해.

우리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인데

왜 네 기준을 함부로 남에게 적용하는 거니.(p.71)"


"무수히 많은 순간들이 모여 영원이 된다.

하여 순간은 작지만 빛나는 영원의 조각들.

그 아름다운 조각들을 너와 함께 새기려는 게 그리 큰 욕심일까.(p.75)"


"만남이란 건 원래 어떤 식으로든 어긋남을 동반하기 마련 아닌가.

언제 인연이 내가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온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나는 언제나 내가 좀 더 성숙했을 때,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보다 안정되어 있을 때,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아무튼 내가 조금은 더 잘나가고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일 때 누군가를 만나길 바랐지만, 

나는 결코 그런 사람이 되어본 적 없었고, 여전히 이렇게 상대를 앞에 두고 또 아쉬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난 언제까지 상대의 완벽함을 통해 내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노력을 되풀이해야 할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라는 사람은 죽을때까지 불완전한 존재일 것임을 알고, 

그렇게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한 상태에서누구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모든 모자람을 극복하지 위한 노력이 사랑이 아닐까?(p.84)?"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나이기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힘들 때면 슬프다.

그게 소중한 사람일 땐 더더욱.(p.86)"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우산을 쓰고도 몸이 반쯤 젖어

짜증 섞인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데

이제 막 내려서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와하하

비를 맞으며 즐거워한다.


그래, 

즐거운 사람들은 뭘 해도 즐거운 법이지.


사실은 비가 성가셨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흐린 탓은 아니었을까.(p.90)"


"'나 얼굴이 점점 못생겨지는 거 같애.'

'너 원래 못생겼어.'


놀라운 건, 장차 연인이 될지도 모를 사람을 앞에 두고서, 

만난 지 십여 분이 흐르는 동안 오로지 상대의 외모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유난함일까 남자의 타고난 특성 탓일까. 

하긴 나는 나보다 스무배는 더 외모에 집착하는 여자애들을 여럿 알고 있으니 

그렇다면 이건 성별의 문제가 아닌 국민성 탓이든가 그것도 아니면 인간 본연의 문제? 

분명한 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의 외모에 엄격한 사람들 자신의 그 놀라운 비주얼이다. 

나는 아프리카 추장 딸보다도 못한 꼬라지를 하고 나와선 지드래곤의 스타일에 낙제점을 주던 여자애를 본 적이 있으며, 

정우성은 키가 커서 그렇지 머리가 큰 편이어서 진정한 미남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정우성보다 머리가 네 배는 큰 후배 놈도 알고 있다.

타인과 세상을 향한 잣대만이 한없이 엄격해질 때, 

인간은 얼마나 우스워지는가를 생각하면 등골이 다 오싹해지지만 나라고 예외는 아닐 터. 

아무튼, 지금 이 여자도 나름의 기준으로 나를 저울질하고 평가하고 있음은 분명할 것이다. 

다만 그 기준이 뭔지 내가 알지 못할 뿐. 어쩜 나보다 더 까다롭거나, 의외로 털털할 수도 있겠다.(p.92)"


"니가 그렇게 불명이 많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가진게 없어서 그래.

니 안목이 남달라서도 아니고

니가 잘나서도 아니야.

단지 가난해서 그래.

니 내면과 환경이. 경험이. 처지가.(p.93)"


"가치

화가 보나르가 평생에 걸쳐 사랑한 그의 뮤즈는

마르트라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기 나이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본명을 밝히기까지는 무려 30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뭔가 이상한 여자였다.

극심한 결벽증으로 하루 온종일 목욕만 해댔던 

소위 말해 정신이 좀 오락가락하던 그런 여자였다.

그런 그를 보나르는 생이 끝날 때까지 사랑하며

수도 없이 그녀의 그림을 그렸기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보나르가 왜 그런 여자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다고.


글쎄,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내 경험이 의하면 가치란 건 사랑을 함으로써 만들어지더라.

하기 전에 고려된다면 그것은 조건이 될 뿐.


웃을 일이 많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을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웃게 되는 것처럼

가치란 건 원래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는 얘기다.


이 넓은 세상에 너와 나, 둘만의 이야기에서는 더더욱.


원래부터 소중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게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것을 보아 주고

다른 사람은 해주지 못하는 이해를 해줌으로써

오직 내게만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가치란, 사랑이란 그런 게아닐까.(p.99-100)"


"그때 그 사람


'아, 저 사람.

내가 저래서 좋아했었어.'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p.103)"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홀로 기억할 때

그 순간은 나만의 것이 된다.(p.109)"


"새로운 인연이 내게 새로움을 줄 수 있을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가면 

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p.113)"


"결정되지 않는 삶


어려서는 별 대가 없이도 넘치도록 주어지던 설렘과 기대 같은 것들이 어른이 되면 좀처럼 가져보기 힘든 이유는 

모든 게 결정되어버린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벌 수 있는 돈,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 등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으면 대게 정해져 버린다. 장차 여행은 몇 나라나 더 가볼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며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어느정도일지가 점점 계산 가능한 수치로 뚜렷해지는 것이다. 

남은 생이 보인다고 할까. 허나 아무리 어른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채로 

몇십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결정지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은 생에서도 한두번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길 바라며 살고 싶다. 

자고 일어나서 막 눈을 떴을때 또다시 맞을 하루가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 게 앞으로 가는 건지는 몰라도,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실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살이라도 몇킬로 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게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 해도, 그런 작은 변화의 여지라도 있어 내 남은 생이, 

내 몸과 마음이 이대로 정해져 버리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나는 노력할 거다. 언제까지고 결정되지 않을 삶을위하여.(p.119-120)"


"'난 갈수록 사랑을 모르겠어. 어딘가 고장난 걸까.'

'고장 아니야.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게 될 걸.(p.134)"


"여자란, 우리 이제부터 사귀어요 요이땅 하고 시작을 해도 상대를 정말로 좋아하기까지는 남자보다 훨씬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때로 만난 첫날부터 잘 생각을 하고 심지어 결혼까지 결심하기도 하는, 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쩔 수 없이 성급하고 어리기 짝이 없는 종족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 냉정히 볼 때 아직 난 그 여자의 공식적인 연인이 된 것은 아니며 확실한 건 무엇도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p.136)"


"연애를 할 때

정말 좋은 상대는 

같이 있을 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하는 행동을 보면

그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이 관계에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알 수 있지요.(p.139)"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 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 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 게(p.141)"


"첫 눈이 온다며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삶이 끝나 버린 건 아니야.

그저 인생의 수천여 가지 행복 중 하나를 누리지 못하는 것일 뿐.(p.151)"


"참 신기하죠.


내 고민엔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대면서

남의 고민을 들으면 해답이 너무도 선명히 보이고

내 집 대청소를 할 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남이 집 정리하는 거 도와주러 가면

너는 어떻게 그렇게 정리를 잘하냐는 소리를 들으니 말이에요.


그러니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가르쳐 줄 수도 없으며

가르치려 든다면 오히려 웃길듯하여

결국엔 스스로 터득할 수밖엔 없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 보는 법

자기 자신과 가능한 불화 없이 함께 잘 살아가는 법(p.158-159)"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끔찍하단 기분이 드는 게 아니라

마음이 편안하고 당연한 듯 여겨진다면

그게 바로 진짜 평생 해도 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일을 찾기가 어렵다는게 문제지만.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 세상은 이십대와 삼십대 그리고 사십대가

비슷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p.161)"


"TIP


보기 싫은사람의 전화번호를 함부로 지우지 말 것.

누군지 몰라서 받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까.(P.164)"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의 질은

100% 내가 결정한 것

누구 탓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좀 더 열심히 살아 보든가.(P.170)"


"이 바보 같은 놈아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싫으면 싫다고

왜 말을 못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에게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편해진 관계의 엄연한 공범이라고.(p.177)"


"'난 니가 좋은 게 좋아.'

'어쩌죠. 저도 당신이 좋은 게 좋은데.'(p.180)"


"사랑이란 그럴 수 있는 거니까.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준다 한들 당신이 몰라주면 소용없는 거니까. 

그건 온 세상이 몰라주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해줄 때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그건 어렵고도 힘든 일.(p.181)"


"날 이해할 수 있겠니?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은 곧 나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것.(p.182)"


"보자. 사랑하니까 이해하게 되는 것인가, 이해를 주고받다 보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인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정말 중요한 게 아니다. 단지 사랑에 있어서 이해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p.183)"


"사랑과 이해는 어째서 한 몸이 아니던가.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일은 왜 그렇게 많았던가.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한다던 너를 이해하는 일만은 어째서 그토록 어려웠던가.


가끔은 사랑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p.183-184)"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을 퍼붓고 싶은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어. 단지 니가 좋기 때문이라는 말 외엔 다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데.(p.191)"


"관계를 지속시킬지 말지를 결정하려

서로 간의 깊은 대화를 나눈 후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을 내내 지배하는 건

다시 잘해보자는 결론이 아니라

그날 주고받았던 

또다시 상처가 되는 말들.


우린 언제까지 이 지겨운 일들을 되풀이해야 할까.(P.206)"


"불안정한 관계. 감정의 추가 지금처럼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운 상황에서, 그중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엔 없다. 상대가 오늘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내 생각을 하기는 할지, 불안 속에 노심초사에 가까운 감정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라.


이 간단한 법칙을 실천하지 못해 멀고도 고통스러운 길을 돌아가는 사람들은 불행히도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다. 그들은 거의 항상 연락을 기다리거나 더 많은 감정을 갈구하기에 갈증과 원망 또한 그들의 몫이다. 내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면서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보기 위해 끊임없이 추측하고 분석하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어 친구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사람들.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들. 상대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나 혼자서 그의 작은 몸짓과 태도, 눈빛 하나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추측하고 갈등하면서 지지고 볶는 순간들.


무릇, 인생의 많은 실수들이 살아 있는 한 반복될지니.(P.208)"


"어렵게 산 옷 두 벌을

오늘 백화점에 가서 환불받았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샀는데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도무지 확신이 들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다 그리하였다.

매장에 들러 환불을 요구하자

한 곳에서는 두말없이 처리를 해주었고

한 곳에서는 다소 불친절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품 안에 있던 물건을 돌려주고 나자

비로소 그 옷이 내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가

선명해지더라.

한 옷은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이 나지 않았고

한 옷은 내내 눈에 밟혔다.

어떤게 정말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인지

떠나보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항상 그렇지만

옷이야 또 가서 사오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p.211)"


"당신같이 똑똑한 사람이 왜, 어째서 그런 걸 견디고 살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원래 그런 거예요. 사람은 학대를 받으면 바보가 되거든요."(p.221)


"버림을 받으면

없던 감정도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하물며

그토록 좋아하던 사람임에야

더 말할 것이 무에 있으리오.(p.227)"


"됨됨이


누군가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때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의 상처에 집중하는 사람 중

나는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이어야만 할까.(p.232)"


"기억나니

사람들하고 대화할 때,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게 알려준 것도 너였지.


너는 그렇게 사려 깊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너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배려는

너무도 적었구나."(p.233)


"어렵게 얻은 마음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너를 헝클어 놨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고 살아가리라 결심했지만

상처란 건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내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p.237)"


"의미


예를 들어

고양이를 기르는 남친의 집에 갔다가

옷에 묻혀온 털을 자신의 집과 차 등지에서 발견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연인이 기르는 동물의 부속물이

내 사적인 공간으로 이동했음을 뜻할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서로의 삶과 생활이 겹쳐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하여 어느날 누군가를 만나게 되어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이 

내 집 내 방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새삼스레 낯선 느낌과 함께

묘한 애틋함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은 당연하게도

누군가에게 애착을 갖게 되면

그가 쓰는 물건까지도

남다른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 아닌 다른 존재에게 평범 이상의 각별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건

평소 무심하고 무의미했던 수많은 것들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조차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따.


그것이 유한하기에, 드문 일이기에 더더욱.(p.240-241)"


"잘 가.


언제 들어도 슬픈 말.(p.244)"


"우리는

서로를 가지려고 만나는 게 아니라

단지 좋아하고 그리워하기 떄문에 만나요

그러니 누구도

누구의 것이 될 필요는 없는 거죠.


하여 나는 끝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지는 못할테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그건

내가 당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이치와도 

같은 거니까요.


아, 너를 네 자리에 그대로 놔두는 일이

바로 너를 갖는 길이라는 걸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p.247)"


"(전략) 병법에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있는 거. 죽으려면 살고 살려면 죽는다. 

연애도 전쟁이야. 작전도 있어야 하구 타이밍은 또 얼마나 중요하니? 

넌 지금 무조건 그 여자를 잊고 지내야 해. 

그래야 단 일 프로라도 남아있는 가능성을 잡을 수 있어. 

만약 니가 지금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면 그 여자는 우주 밖으로 달아나. 

명심해. 널 안 좋아해서가 아냐. 사람 마음이 그래. (중략) 

너 자신에게 집중해. 지금 니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p.250-251)


"다정하게

서로를 지탱하던 감정의 추가

어느 날부턴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연애는

그 어떤 관계보다 갑과 을이 잔인하리만치

명확한 권력관계로서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때 

관계의 종말을 부채질하는 것은

늘 을의 조급함인데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 낼수록

상대는 더 냉담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덤덤하라.

안 되면 덤덤한 척하기라고 하라.

그것만이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p.252)"


"그거 알아요? 사람은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게 되면 그 순간 혼자가 된다는 걸.(p.254)"


"(전략) 이제 세상 사람들은 옛날처럼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진 않지만

인생에는 아직도 비밀이 많아.

그리고 그건 슬프지만 분명 비극은 아니야.(p.257)"


"선택


인생을 살아내느냐

아니면 견디느냐에 관한 문제(p.280)"


"행복


행복해서 삶이 소중한 게 아니라

삶이 소중한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것.(p.281)"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천천히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앞서 간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오늘도 감사히 보내시길.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선물은 아닙니다.(p.285)"


"(전략) 과연 사람은 이른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면 

그렇지 못할 때보다 정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될까.

살면서 간절히 원하던 어떤 것들을 갖거나 이루게 되었을 때, 그 행복감이란 건 늘 아주 잠시 뿐이었다.

결국, 매일 받는 잔칫상이 계속 좋을리가 없기에 살아 있는 한 감당해야 하는것은 별 표정 없는 일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바라던 것을 찾았다고 해서 내 일상이 개벽을 하듯 변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사실 거의 변한게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힘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쓰고 싶어 썼다고 남들이 무조건 봐주는 것도 아닐 테니까.

다만,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어떤 갈증 하나가 조금 희미해졌다고 할까.

단지 그걸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을 했냐고 묻는다면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라고 답하겠다. (후략)"(p.286-287)


"뭐해요?


언제 들어도 좋은 말.(p.287)"


"사랑은 어쩔수 없는 엇갈림이잖아, 석원아.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


나도 안다. 내 일생의 연애가 그러했고 이 시간에도 무수한 인연들이 엇갈리고 있음을.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사람과, 그의 흔적들을 남길 수 있음을.(p.288)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던 것을 마침내 갖게 되었을 때

왜 생각만큼 기쁘지 않을까.

하지만 다시 이것을 놓아버린다고 생각하면

어째서 여전히 아찔할까."(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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